기호 설계 — 이 기호를 보고 바로 이해할 수 있는가?
플로우차트에서 ◇(마름모)를 보면 "아, 분기구나"라고 압니다. 왜 알까요? 어디서 배운 적도 없는데?
반대로, 어떤 다이어그램에서 ★ 모양 노드가 나오면 "이게 뭐지?" 합니다.
기호가 의미를 얼마나 잘 전달하는가 — 이걸 과학적으로 분석한 프레임워크가 있습니다.
1. Physics of Notations란?
Daniel Moody (2009)가 인지심리학·지각심리학·커뮤니케이션 이론에서 뽑아낸 9가지 원칙입니다.
Cognitive Effectiveness (인지 효과성) = 사람의 뇌가 이 기호를 처리하는 속도 × 정확도 × 용이성
9개 다 중요하지만, 실무에서 바로 써먹을 수 있는 순서로 설명합니다.
2. 가장 중요한 원칙 3개
원칙 1: 기호 하나 = 의미 하나 (Semiotic Clarity)
"이 도형이 뭘 뜻하는지" 설명 없이 알 수 있는가?
흔한 문제:
- 하나의 기호에 두 가지 뜻: □가 어떤 때는 "프로세스"고 어떤 때는 "데이터" → 혼란
- 하나의 뜻에 기호가 둘: 같은 "프로세스"를 □도 쓰고 ▢도 쓰고 → 낭비
- 뜻이 있는데 기호가 없음: "에러 상태"를 표현할 기호가 없어서 텍스트로만 → 놓침
규칙: 1 기호 = 1 의미. 예외 없이.
원칙 2: 눈으로 구분되어야 한다 (Perceptual Discriminability)
모니터에서 1m 떨어져도 노드 종류가 구분되는가?
- 비슷한 파란색 두 개 (#3B82F6 vs #60A5FA) → 화면에선 거의 같아 보임
- 파란색 vs 빨간색 → 즉시 구분
규칙: 차이를 크게. 비슷한 색/모양을 다른 의미로 쓰지 마라.
원칙 3: 모양이 뜻을 암시해야 한다 (Semantic Transparency)
범례 없이 기호만 봐도 "아 이건 ~이겠다" 유추되는가?
- 🔒 = 잠김 → 보면 바로 안다 (투명)
- ◇ = 분기 → 배우면 납득 ("갈림길" 느낌) (반투명)
- □ = 프로세스 → 왜? 그냥 외워야 함 (불투명)
투명할수록 좋다. 이모지를 쓰는 이유도 이것 때문입니다. 📤(제출), 💳(결제), 🎉(완료) — 텍스트 없이도 대충 감이 오죠.
3. 실무에 바로 쓰는 원칙 3개 더
원칙 4: 복잡해지면 쪼개라 (Complexity Management)
노드가 20개를 넘으면 어떤 도구든 복잡해집니다. 이때:
- 서브 다이어그램으로 분리 (메인 플로우 + 상세 플로우)
- 접기/펼치기 (overview → detail)
- 색상으로 "구역"을 나눠서 시각적 그루핑
원칙 5: 그림 + 텍스트 같이 써라 (Dual Coding)
사람의 뇌는 시각 채널과 언어 채널이 따로 있습니다.
- 그림만 → 시각만 작동
- 텍스트만 → 언어만 작동
- 둘 다 → 두 채널 동시 → 기억 2배
그래서 노드에 아이콘 + 텍스트를 같이 넣는 게 좋습니다. 아이콘만 있으면 의미를 모르고, 텍스트만 있으면 스캔이 안 됩니다.
원칙 6: 기호 종류는 6개 이내 (Graphic Economy)
사람의 작업기억 용량은 7±2개입니다 (Miller의 법칙). 기호 종류가 10개 넘으면 → 범례를 계속 봐야 함 → 피로. 6개 이내면 외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인식됩니다.
4. 나머지 3개 (알아두면 좋은 것)
| 원칙 | 한 줄 설명 |
|---|---|
| Visual Expressiveness | 크기·색·모양·위치 등 시각 변수를 다양하게 활용하라 (01편 Bertin과 연결) |
| Cognitive Integration | 여러 다이어그램을 봤을 때 같은 요소는 같은 기호여야 한다 |
| Cognitive Fit | 보는 사람(초보자/전문가)과 목적(설명/분석)에 맞게 조절하라 |
5. 원칙끼리 싸울 때
모든 원칙을 최대로 올릴 수는 없습니다. 트레이드오프가 있어요.
- 기호를 많이 만들면 → 명확해짐(원칙1) but 외울 게 많아짐(원칙6)
- 이모지를 많이 쓰면 → 투명해짐(원칙3) but 기호 종류 폭증(원칙6)
- 시각 변수를 다양하게 쓰면 → 풍부해짐 but 구분이 어려워질 수 있음(원칙2)
해결법: 목적(원칙 Cognitive Fit)을 먼저 정하고, 거기에 맞춰 우선순위를 정한다.
- 설명용 → 투명성(3) + 절제(6) 우선
- 설계용 → 명확성(1) + 복잡도 관리(4) 우선
6. 체크리스트
- 모든 기호가 딱 하나의 의미만 갖고 있다
- 서로 다른 기호끼리 눈으로 즉시 구분된다
- 기호 모양만 봐도 대략 뭔지 유추할 수 있다
- 노드 20개 이상이면 서브 다이어그램으로 분리했다
- 아이콘 + 텍스트를 같이 쓰고 있다
- 기호 종류가 6개를 넘지 않는다
출처
Moody, D.L. (2009). "The 'Physics' of Notations." IEEE Transactions on Software Engineering, 35(6), 756-779. → 5개 프레임워크 중 가장 포괄적이고 체계적. 이 시리즈의 총정리 역할을 합니다.